장대같은 비가 쏟아질 때부터 시작해서 그 비가 눈보라가 될 때까지
우리는 일을 감행해 왔습니다.
11월 29일까지 일을 했는데 그날 아침에 집을 짓고 상량식을 하듯이
저 앞산 돌조경 끝에 있는 돌
(앞산 돌조경 가운데 연못 쪽으로 제일 끝 제일 높은 곳에
글을 써서 마주 세워놓은 돌)을 놓았습니다.
그동안 한 달 동안 돌 작업을 하면서 글씨도 파고, 판도 뜨고,
그러면서 준비했다가 마지막 마무리 돌을 놓게 된 것이
바로 11월 29일이었습니다.
29일에 내가 방안에서 보니까 눈이 살살 휘날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화를 하니까 큰 기중기나 장비가 오기 힘들다고 해서
다음에 일을 하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니다.”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이 떠올랐습니다.
“그날의 일은 그날 해야 만족함이 온다. 바로 오늘 아니냐?”
하는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눈이 휘날려도 장비들을 오라고 해서 그날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전이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생각과는 달리 무엇인가 잘 안 맞고, 무너지고,
다시 돌을 파게 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돌들은 그냥 얹어놓은 것이 아니고 전부 밑을 파서
들어앉힌 돌이기 때문에 세워보니까 잘 안 맞았습니다.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는지 굉장히 추운날 떨면서 일을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 춥고 눈발만 날리고 눈이 쌓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날 나와 이야기 하기위해 100명이 와서 추운데 떨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돌 작업도 빨리 해야할 일이었기 때문에 손을 대야 했습니다.
내가 29일 밤 꿈을 꾸었습니다.
꿈에 초상이 났는데 사람들이 시신을 가지고 와서
내가 와야 묻는다고 하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때 시신을 먼저 묻어야 한다는 느낌이 와서 시신을 묻으러 가던 모습을 생각했습니다.
그와 같이 돌 작업은 오늘 못 하면 못 하지만 이야기는 다음에 해도 될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돌 작업을 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결국 돌을 올릴 때까지 한나절 동안 계속 몸부림을 쳤습니다.
다행히 돌에 글씨를 파는 기술자가 왔기 때문에 안 맞던 그 돌을 끊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두아름짜리 돌 두 개를 순식간에 잘라 놓았습니다.
우리는 하루 종일 일을 했어도 그 돌을 끊지 못했을 것입니다.
또 옆에 돌을 하나 놓았습니다.
저 쪽에는 애석과 다른 돌 두 개를 더 세웠습니다.
그래서 6시까지 이곳도 일의 매듭을 지었습니다.
여기서는 본래 일을 6시까지 합니다.
계속 눈발이 날려서 장비들이 내려가야 한다고 하면서 일을 그만해야 한다고 해도
내가 잡아서 결국 일을 6시까지 다 마쳤습니다.
지금까지 일을 하면서 돌을 적게 놓으면서 가장 큰 일을 한 날이 바로 11월 29일이었습니다.
-1999년 12월 1일 정명석 목사 주일말씀 中